『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이상국/ 《창비》(2005)
어둠
나무를 베면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
[감상]
가로수가 있어야할 자리에 밑동이 잘린 흔적만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상점 간판이 당당하게 붙어있습니다. 시선이 방해가 된다면야 조용히 베어버려도 되는 게 못된 주인의 심보입니다. 세상 살면서 누구나 앞길이 캄캄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나와 함께 있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이겠지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뿌리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뿌리의 쌍생아처럼 하늘로 뻗고 있는 가지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무를 베면 //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