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진> / 김희업 (199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 《우이시》 2007년 4월호
내 마음의 지진
1.
여럿의 힘으로 관은 움직인다
죽음도 균형이 필요하다
꽤 무거운 하루가
저 너머 우주로 운구된다
하늘의 엉덩이 들썩거려 놀란 별들
자리를 뜨면
마음이 그네 타듯 불안을 저울질한다
2.
마음속
사납게 날뛰는 짐승 있어
온몸 물어뜯기며 흔들려 본 적 있는가
몸의 표면이 흔들리고, 뱃속 구조물들 파열하고,
내 안의 수천 명의 사람들 폐허와 공포 속에 갇히게 될 때처럼
완전히 붕괴되어
어느 미장이도 더 이상 마음의 균열을
메우지 못했다
대체 몇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내 몸 뒤흔든 것일까
번번이 진원지도 모르며 진동을 느껴야 했다
그처럼 발병도 언제나 몸의 느낌보다 한차례 앞서 오는 것
내 마음의 온전한 폐허를 위하여 오늘 밤 마음 열어 놓으리
지진파를 탐지할 수 있는
내 안의 지진계는 다만 오래 전 멈추어 있었다
몇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내 몸 설레게 하는가
마음 낮추어야 지진 온다
[감상]
때로는 발상이 그 시의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상상의 힘으로 시는 갖가지 이미지를 이끌고 울림으로 관통합니다. 이 시는 <지진>이라는 지구의 외적 현상을 과감에게 마음에 들여 놓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나와 만나고 또 수많은 나와 헤어지고 있습니다. 자아란 인식의 주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는 신경과 신경을 잇는 복잡하고 정교한 시냅스(synapse)가 우주처럼 존재합니다. <내 안의 사람들>이란 이렇게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내면의 표정들입니다. 때로는 <짐승>처럼 때로는 <병>처럼 내가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마음 낮추어야 지진 온다>라는 기막힌 표현 앞에서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