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밤/ 서지월/ 85년 『심상』으로 등단.
11월의 밤
어스름 문밖에는 살얼음의 겨울
오려 하는데
빈 지갑이지만 따뜻한
방에 누워서 시를 생각하는 마음
복되지 않은가,
수입원 없어도 밥 아니 굶고
전화 걸어와 커피 마시자는 사람 있으니
그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무작정 깊어 가는 11월의 밤
누워보면 방안이 썰렁하긴 하지만
누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내 마음의 자유
그 또한 더더욱 편하지 않은가,
저마다 울던 밤벌레소리 피난 간지 오래
지금은, 떨어지는 나뭇잎
길 떠나고 있는 중이지만
다 떠나도 못 떠나는 이 마음
서러웁긴 하지만
이 지상 지키는 마음 그래도 푸근하고
언젠가 올 사람은 오리라는 정한 이치 믿으며
밤깊어 오오랜 날 심어놓은 별빛꽃밭
하늘에서 내려와
내 잠들면 비단이불 덮어주겠지
[감상]
11월이 지나고, 올해도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습니다. 삶은 각박하고 굳은 식빵처럼 쓸쓸한 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이 시를 읽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자유' 이 얼마나 바특한 행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