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나무 아래 서면」/ 권현형/ 199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봄 꽃나무 아래 서면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가슴 깊숙이 끌어 안았을 때
내는 따뜻한 구음 쉬이잇! 쉬이잇!
한 몫으로 남자 몫까지
두 몫의 아픔을 혼자 견뎌낼 때 내는
바람소리 바람의 울음 같은
물소리 물의 울음 같은
흰 라일락 꽃피는
흰 라일락 꽃지는
가만 가만 누군가를
한없이 달래는 소리
[감상]
여자의 품에서 남자가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군요. 여자는 그 남자를 안아 보듬어 달래고 있습니다. 그 사이 흰 라일락이 꽃피었다가 집니다. 이 시는 여자의 품으로 말미암아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줍니다. 여리고 나약한 그간의 여성에 대한 선입견으로 볼 때 이 시는 사뭇 다른 깊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한 몫으로 남자 몫까지' 끌어 안는 여자의 따뜻한 마음에 울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로등을 품은 나무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