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고려장 2 - 정병근

2004.12.23 11:25

윤성택 조회 수:1104 추천:197

<고려장 2> / 정병근/ ≪현대시≫2004년 12월호

        
        고려장 2

        모서리가 헤진 침대 매트리스 하나
        골목 담벼락에 세워진 채 버려져 있다
        몹시 머물렀던 부위를 따라
        화농 자국 같은 얼룩이 번져 있다

        저걸 버린 자는 누구일까
        습기찬 방에 누워 있는 어머니,
        당신은 이제 너무 낡았어요
        젊은 무게를 받아내느라 허리가 부러지고
        뱃가죽이 축 늘어진 어머니

        어둠 속에서 누가 어머니를 져다 버린다

        개 두 마리 흘레붙고 있는 한 낮의 골목,
        “여보시오 나 좀 데려가 주시오”
        자식의 얼굴조차 잊어버린
        낯선 어머니가 나를 부른다
        부끄러워 얼른 골목을 빠져나온다


[감상]
‘어머니’라는 존재를 ‘낡은 매트리스’로 환치 시키는 수사가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우리를 견뎌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안락하고 편안했던 매트리트의 시절은 우리의 ‘청춘’이겠지요. 그렇게 우리를 보살펴온 매트리스가 이제 삐걱거리고 때에 절어 길 밖에 나와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시인이 느끼는 ‘부끄러움’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전이시키는 방식이 진솔하게 와 닿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91 캣츠 - 전기철 [1] 2004.01.19 1094 182
990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095 146
989 허불허불한 - 김언희 2002.02.15 1096 177
988 징글벨 징글벨, 겨울비는 내리고 - 최금진 2002.12.16 1096 172
987 그녀의 염전 - 김선우 2003.05.02 1096 173
986 봄 꽃나무 아래 서면 - 권현형 2003.05.09 1097 178
985 형상기억합금 - 이혜진 2002.07.16 1098 202
984 미탄에서 영월사이 - 박세현 2001.11.08 1099 188
983 물고기 여자와의 사랑1 - 김왕노 2003.01.13 1099 193
982 11월의 밤 - 서지월 2002.12.01 1101 186
981 도망자 - 이현승 2007.10.17 1101 114
980 홍예 - 위선환 2004.01.12 1102 223
979 낙하하는 것의 이름을 안들 수련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 장석원 2002.01.30 1103 199
» 고려장 2 - 정병근 2004.12.23 1104 197
977 달빛 세탁소 - 최을원 2002.11.25 1105 194
976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슬픈 두 귀 - 박후기 2004.11.08 1105 170
975 강 건너 불빛 - 이덕규 2009.03.02 1107 101
974 도시생활 - 설동원 [1] 2003.12.18 1108 182
973 겨울잠행 - 손순미 2003.02.07 1110 178
972 낡은 사진첩을 보다가 - 권영준 2003.06.27 1110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