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강연호/ 《현대시학》2004년 6월호
울음
새벽 두 시인데 아니 세 시인가
어디선가 희미하게 끈질긴 울음처럼 우는
전화벨, 아무도 받지 않는다 벽을 타고
수도관을 타고 화장실의 통풍구를 타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화벨이 오르내린다
나는 돌아눕지만 전화벨은
돌아눕지 않을 작정인 듯 열두 번도 더 운다
제발 좀 받아라, 얘기라도 들어봐라
받아줄 수 없는 어떤 사연이 더 절절한지도 모르는데
어떻든 나는 다시 잠들고 싶다
한참을 울다 겨우 잦아드는 전화벨
그 뒤끝을 채며 이제는 거실의 냉장고가 운다
시계바늘이 운다 보일러가 운다
한 아이가 우니까 다른 아이가 운다 다들 따라서 운다
울음은 전염병이다, 커다란 악기의 공명통처럼
온 아파트가 덩달아 온 도시가 끈질긴 울음을 운다
그 속에서도 악착같이 잠을 청하는 나
나란 놈이 싫어지는 밤이다
[감상]
3연으로 치닫는 상상력에 후련함을 느낍니다. 결단을 내듯, 시인의 직관이 잠자리의 좁은 공간에서 끝없이 뻗어나갑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같은 콘크리트에 층층이 이불을 덮고 누운 사람들. 그들이 한통속이 되는 풍경은 도시에서의 또 따른 소음의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