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 조은/ ≪현대시≫2004년 12월호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세상을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시내버스를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로 화를 내며 때로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혀지던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기도 하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감상]
‘것이다’라는 말이 아릿합니다. ‘~것이다’는 시인의 미래적 관념을 구체화시키는 진술방식이겠지요. 지금 현재는 먼 미래에서 본다면 ‘내가 정말 기다린 것’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깨닫는 순간’은 언제나 현재를 방금 지난 과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추억이 바싹 마른 밑바닥을 드러냈을 때 그 언젠가는 ‘것이었다’라고 불리는, 또 누군가의 기억에 차 오를 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