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언젠가는 - 조은

2004.12.22 11:13

윤성택 조회 수:1696 추천:194

<언젠가는> / 조은/ ≪현대시≫2004년 12월호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세상을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시내버스를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로 화를 내며 때로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혀지던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기도 하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감상]

‘것이다’라는 말이 아릿합니다. ‘~것이다’는 시인의 미래적 관념을 구체화시키는 진술방식이겠지요. 지금 현재는 먼 미래에서 본다면 ‘내가 정말 기다린 것’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깨닫는 순간’은 언제나 현재를 방금 지난 과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추억이 바싹 마른 밑바닥을 드러냈을 때 그 언젠가는 ‘것이었다’라고 불리는, 또 누군가의 기억에 차 오를 거겠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91 감자를 캐며 - 송은숙 2006.10.16 1700 225
990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700 265
989 홈페이지 - 김희정 [2] 2005.10.07 1698 236
» 언젠가는 - 조은 2004.12.22 1696 194
987 Across The Universe - 장희정 2007.11.12 1694 122
986 울음 - 강연호 2004.06.01 1694 202
985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4 322
984 마포 산동네 - 이재무 2001.05.08 1694 250
983 色 - 박경희 [1] 2005.07.28 1693 272
982 편지 - 송용호 2002.10.16 1693 213
981 바람의 배 - 이재훈 [1] 2005.11.22 1687 206
980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672 155
979 전생 빚을 받다 - 정진경 2005.12.20 1671 238
978 ㅎ 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2001.04.24 1668 331
977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최갑수 2004.02.14 1665 219
976 갈대 - 조기조 [3] 2005.06.30 1663 192
975 불법체류자들 - 박후기 [1] 2006.10.30 1662 225
974 발령났다 - 김연성 2006.06.27 1662 266
973 봄 - 고경숙 2009.02.17 1661 94
972 펜 노동자의 일기 - 이윤택 2001.04.26 1661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