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라껍데기 - 김원경

2007.03.06 15:24

윤성택 조회 수:1330 추천:169

<소라껍데기>/ 김원경/ 《시인시각》 2007년 봄호


  소라껍데기

  달빛에 널어놓은 파도를 목까지 끌어당겨 바다가 써 놓은 즉흥곡을 따라 부르며 이 밤 이리저리 뒤척일지 몰라 지금까지는 우리들의 계절이 아니었기에 뭉개진 땅을 찾아 점자처럼 올라온 별들을 꾹꾹 누르며 키킥 난 달아날지도 몰라 초인종소리에 뒤늦게 밖으로 뛰쳐나온 외마디 음성 목탄으로 덧칠한 당신의 대문에 지문을 남긴 이후 자꾸만 뭍으로 올라오는 인어공주의 묘비, 밀물이 발목을 감으며 리드미컬하게 올라오는 나의 무덤 그 속에서 의족들이 삐걱거리며 수천 갈래의 뼈마디를 움직여 한 통의 편지를 쓴다 돌돌말린 성대가 돛을 달고 춤을 추고 바람은 서둘러 어둠의 체인을 풀어주었다 진열장 속에서 자기 파산 신고장을 붙인 여자가 드디어 소리 내어 운다 집이 통째로 뒤꿈치를 들고 둥둥,


[감상]
소라껍데기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파도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소리라도 소라껍데기 안에서 공명을 일으켜 진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이러한 소라껍데기에서의 소리처럼 상상력이 증폭되어 있습니다. 큰 틀에서의 <집>이라는 상징, 그리고 살아있는 소라의 움직임이 <리드미컬하게> 포착됩니다. 소라는 때가 되면 껍질을 남긴 채 몸은 사라지고 말겠지요. 그렇게 <파산>이 이행되고나면 새로운 권리를 가진 소라게가 입주를 하겠고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91 쉬고 있는 사람 - 허수경 2002.03.21 1404 185
990 오래된 편지 - 권혁웅 2002.03.22 1583 199
989 건조대 - 최리을 2002.03.25 1081 180
988 그녀, 요나 - 김혜순 2002.03.26 1167 177
987 유통기한 - 한정화 2002.03.27 1281 184
986 17시 반의 기적 - 김명인 2002.03.29 1179 183
985 국도 여인숙에서1 - 윤이나 2002.03.30 1228 177
984 아지랑이 - 정승렬 2002.04.01 1198 160
983 성장기 2 - 심보선 2002.04.02 1111 183
982 나를 숨쉬는 여자, 오늘 꽃을 버렸다 - 정재학 2002.04.03 1285 196
981 낡은 자전거가 있는 바다 - 손택수 2002.04.04 1338 176
980 낮달 - 이영식 2002.04.08 1127 189
979 뱀 - 이혜진 2002.04.09 1197 169
978 삶의 음보 - 황인숙 2002.04.10 1252 165
977 며느리밥풀꽃 - 이향지 2002.04.11 1283 167
976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 신용목 2002.04.12 1141 181
975 바람부는 저녁에는 나도 함석지붕처럼 흐르고 싶다 - 신지혜 2002.04.17 1230 167
974 벚꽃 핀 술잔 - 함성호 2002.04.19 1172 172
973 바다에 누워 - 정한용 2002.04.22 1194 179
972 분리수거 - 유춘희 2002.04.23 1147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