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사랑」/ 이정록/ 『시와사람』2003년 봄호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감상]
모든 게 순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탁월한 시적 감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마지막 행이 오래 여운으로 남습니다. 달의 변화 모양을 윙크의 순간으로 표현하다니요. 이런 시들을 접하다보면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의인화'의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싶습니다. 오늘은 정말 따뜻한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