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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 함성호

2011.04.25 17:18

윤성택 조회 수:4059 추천:157


《키르티무카》/ 함성호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 《문학과지성 시인선》388

          절정

        돌보지 않아도 피어나는구나
        봄비 내리는 오후
        절음발이 비둘기들의 초췌
        물오른 어린잎들의
        칼날 같은 끝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무화과의 달콤함
        젖은 꽃잎의 부드러움
        다시 보러갔던 그 산수유나무

        글쎄,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무슨 소용인가
        몸은 습관만 알아보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한곳에만 있네

        젖을수록 더 붉고, 더 부드러운 꽃
        너의 은밀함
        덮쳐오는 물그림자처럼
        치명적으로 하강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감상]
절정에 이르는 풍경이 마음 속에서 짙어집니다.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주위 자연의 풍경을 돌아보게 될 때면 정말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싶습니다. 글쎄 세상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에 살아가는 우리는 또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문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꽃이 더 붉고 아름답듯, 지금 이 현실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너’의 느낌은 이렇게 도저히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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