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대숲 - 김영석

2006.12.23 10:35

윤성택 조회 수:1187 추천:163

<대숲>/ 김영석/ 《문예연구》2006년 겨울호


        대숲

        저 뒤안길 대숲에는
        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린
        그림자가 바람과 함께 쓸쓸히 살고 있다
        달빛이 새어드는 대숲에는
        스산한 댓잎 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는
        우리의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야 할
        그림자들이 댓잎 바람에 부서지며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다


[감상]
숲을 이룬 대나무들 사이 서걱거리는 바람소리, 그것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속삭임 같습니다. '그림자'가 빛에 투사된 반영물인 것처럼, 대나무 하나 하나에도 그 어떤 영혼의 실체가 깃들어 있습니다. 집단으로 연대해 꼿꼿하게 서 있는 대숲의 결계 앞에서 시인이 '우리'를 돌아보는 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즘의 세태에 대한 성찰입니다. 대숲에서 누군가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상상, 그 애잔함이 우리를 숲으로 이끕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71 좀팽이처럼 - 김광규 2007.02.02 1310 172
970 오발탄 - 신정민 [1] 2007.01.30 1306 162
969 동백꽃 화인 - 정재록 2007.01.29 1242 167
968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 2007.01.27 1705 150
967 창문을 내는 사내 - 박미란 2007.01.26 1273 163
966 나무길 - 문정영 2007.01.25 1423 163
965 수전증 - 박홍점 [1] 2007.01.24 1184 156
964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김이듬 2007.01.19 1146 143
963 수도승 - 홍일표 2007.01.16 1258 151
962 저녁에 - 신용목 2007.01.12 1500 170
961 잉어 - 이승주 2007.01.09 1244 185
960 2007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3] 2007.01.04 2016 160
959 살얼음 - 조영석 2006.12.26 1329 171
» 대숲 - 김영석 2006.12.23 1187 163
957 아기의 햇살 - 변삼학 2006.12.21 1524 211
956 이 밤이 새도록 박쥐 - 이윤설 2006.12.20 1736 233
955 벌들의 진동 - 이선형 2006.12.18 1372 216
954 나무 한 권의 낭독 - 고영민 2006.12.14 1428 217
953 회전문 - 이수익 2006.12.11 1445 228
952 콜라병 기념비 - 장이지 [1] 2006.12.07 1332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