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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 조동범

2003.03.21 15:01

윤성택 조회 수:1166 추천:160

「생선」/ 조동범/ 『문예중앙』2003년 봄호



            생선

  
             냉장고의 생선 한 마리
             서늘하게 누워 바다를 추억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갇힌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바다를 떠올리고 있다
             생선의 눈동자에 잠시 푸른빛이 넘실댄다
             생선은 내장을 쏘아낸 가벼운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바다는 너무 먼 곳에 있다
             파도처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아련하게 출렁인다
             눈동자 하나 가득 바다를 담고 싶은,
             두 눈 부릅뜬 생의 마지막이
             조용히 냉장되고 있다

    
        
[감상]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생선의 눈에 의식이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한 이 시는 담담한 의인화로 인하여 삶의 회귀본능을 보여줍니다. '파도처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군더더기 없는 직유가 참신합니다. 아마 시인은 어느 날 냉장고 속 생선과 눈을 마주치자 그래, 그래 고개를 끄떡여 주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시란 머리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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