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랑 - 김상미

2003.08.14 14:07

윤성택 조회 수:1773 추천:161

『잡히지 않는 나비』/ 김상미/ 시작 시인선(근간)


        사랑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감상]

햇볕 잘 드는 남쪽에 그를 세우고, 화자는 굴광성 식물처럼 그에게로 젖혀집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처럼 상상력과 잇대어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사랑이 무엇일까, 라고 질문해온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이 좋을까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71 단풍나무 한그루의 세상 - 이영광 2003.10.23 1233 159
970 정류장에서 또 한 소절 - 최갑수 2007.02.27 1307 159
969 아지랑이 - 정승렬 2002.04.01 1198 160
968 공중의 유목 - 권영준 [1] 2003.02.04 888 160
967 생선 - 조동범 [1] 2003.03.21 1166 160
966 경비원 박씨는 바다를 순찰중 - 강순 2003.04.30 938 160
965 못질 - 장인수 2003.11.26 1123 160
964 미싱 - 이혜진 2004.07.12 1132 160
963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 조용미 2004.07.13 1279 160
962 스며들다 - 권현형 2004.08.04 1396 160
961 2007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3] 2007.01.04 2019 160
960 남해 유자를 주무르면 - 김영남 2011.04.06 1824 160
959 뻘 - 유지소 2002.12.13 954 161
958 뿔에 대한 우울 - 김수우 2002.12.24 895 161
957 증명사진 - 김언 2003.01.10 1163 161
956 달밤에 숨어 - 고재종 2003.04.03 1117 161
955 낯선 길에서 민박에 들다 - 염창권 2003.05.16 962 161
» 사랑 - 김상미 2003.08.14 1773 161
953 단검처럼 스며드는 저녁 햇살 - 이덕규 2003.11.06 1140 161
952 물푸레나무라는 포장마차 - 이정록 [1] 2004.06.23 1243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