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꿈길을 돌아』/ 이창호 / 동길사
정동진
아직도 어스름한 바다, 지구의 한 귀퉁이에서
서서히 새벽이 몸을 일으킬 무렵, 일출을 기다리다
미리 해가 되어버린 사람들, 백사장으로 우루루
모래알같이 세상의 검은 껍질 깨고 나와,
서로의 맨살과 맨살을 비비며 금빛
햇살을 만든다.
정동진에 가면, 바다를 보고 선 사람들,
그 수만큼 수많은 해가 바다를 깨고 나온다,
한두 발짝 물러서서 먼 수평선과
그 수평선을 짚어대는 포근한 갈매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제
세상으로 돌아갈 사람들 모두 영원히
바다 앞에 선 지금의 기억인 채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손금 같은 소망들
하나 가득 품고서 쫀득쫀득 반죽해 가는
삶의 중량들,
소금끼에 절이고 절여
풋풋하게 익어갈수록 삶은
깔끔한 햇살 맛으로 때론 바다 맛으로
우리의 입술에 닿을 터.
지금 정동진에는
바다와 해와 사람들이 게워내는 풍경들
햇살에 선명해지는 동안
[감상]
정동진에서 해가 뜨는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담아내었습니다. 떠들썩해지기 전의 정동진은 아마도 인적 드문 쑥스런 바다였을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의 첫해와 사람들이 눈 맞추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 시는 바다를 통해서 정화되는 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금끼에 절이고 절여/ 풋풋하게 익어갈수록 삶은/ 깔끔한 햇살 맛으로 때론 바다 맛으로/ 우리의 입술에 닿을 터"와 같은 표현이 신선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왠지 바다가 보고 싶어집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아니 인류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던 화음, 그 파도의 주파수에 마음 실어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