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중간쯤 - 김왕노

2006.12.01 10:58

윤성택 조회 수:1416 추천:221

《말달리자 아버지》/ 김왕노/  《시작》 시인선


        중간쯤

        어지간하다는 중간쯤
        나무와 나무의 잠 그 사이 별이 뿌려져 있습니다
        어지간하다는 중간쯤
        사랑과 그리움 그 사이 밀고 당기는 힘에 의해
        꽃이 피어납니다

        내가 잊어버리고 당신이 기억하는 그 중간쯤
        생이 급회전하려는 그 사이
        가끔 급브레이크 소리 날카롭게 나는 사이
        갈등과 기다림의 힘으로 눈이 내립니다

        건널 수도 말 수도 없는 강의 중간쯤
        이름 하나 물살에 휩쓸리나 마나 하는 그 사이
        물짐승 한 마리로 내가 웁니다
        젖은 눈으로
        젖은 얼굴로 신이 버린 내가 웁니다


[감상]
관계에 있어 가깝고 멀고의 중간쯤이 항상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그 위치를 정확히 계측할 수 있는 장치는 없습니다. 다만 마음이 스스로 그 경계를 넘나들며 흔들릴 뿐이지요. 이 시는 그런 미묘한 감정의 순간을 포착해냅니다. 시인의 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 뿐 아니라 세상 만물에도 그 이치를 깨닫게 합니다. <꽃>이 피는 것, <눈>이 내리는 것, 그리고 <신>과의 관계까지 확장됩니다. 기실 <신>은 그 <중간쯤>에서 화자를 놓쳐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영영 멀어진 것들, 그리고 외롭게 남겨진 <나>, 도대체 삶은 얼마나 많은 <중간>들을 통과해 기억되는 것인지,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 지금 당신은 안녕하신지.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71 냉장고 소년 - 진수미 2005.09.15 1709 224
970 전봇대와 고양이의 마을 - 김언 2002.06.14 1225 224
969 정동진 - 이창호 2001.09.26 1511 224
968 캣츠아이 13 - 노혜경 2001.09.18 1298 224
967 아득한 봄 - 천수호 2006.07.01 1876 223
966 냄비 - 문성해 2004.10.21 1429 223
965 내 가슴의 무늬 - 박후기 2004.07.16 2160 223
964 가구 - 도종환 2004.03.31 1313 223
963 맡겨둔 것이 많다 - 정진규 2004.03.03 1648 223
962 홍예 - 위선환 2004.01.12 1102 223
961 무덤생각 - 김용삼 2003.01.23 1000 223
960 그런 것이 아니다 - 김지혜 [2] 2001.08.30 1535 223
959 객관적인 달 - 박일만 [3] 2005.10.25 1639 222
958 십자로 - 이동호 2005.10.11 1547 222
957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2] 2005.09.28 1775 222
956 꿈속의 생시 - 윤의섭 2005.08.05 1573 222
955 꽃 꿈 - 이덕규 [1] 2005.07.27 1996 222
954 잠 속의 생애 - 배용제 [1] 2005.06.17 1426 222
953 산책 - 이기성 2003.01.17 1414 222
» 중간쯤 - 김왕노 2006.12.01 1416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