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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 최영철

2006.09.29 16:20

윤성택 조회 수:1572 추천:212

<고추> / 최영철/ 《문학마당》 2006년 가을호


  고추

  수영장 탈의실에 줄 서서 삐약삐약 옷 벗는 아이들, 선생님이 시켜준 대로 벗은 옷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는 아이들, 작은 고추 다 드러낸 아이들, 살색 그대로인 고추, 얼굴색 엉덩이색 그대로인 고추,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고추, 재잘대는 말소리도 살색, 쿨럭쿨럭 기침소리도 살색, 벌써부터 살색이 다 날아가고 없는 내 고추, 무슨 일인지 시커멓게 탄 내 고추


[감상]
<살색>은 피부색 차별이라는 인권위원회 결정으로 살구색으로 바뀌었다지요. 하지만 이 시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살색>이어야만 가능한 울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살색>과 시커멓게 탄 화자의 색이 비교되면서 욕망으로 퇴색된 <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부분 <무슨 일인지>인데, 그 천연덕스러운 의미 뒤에 숨어 있는 정직성이랄까요. 아이들을 통해서 삶의 근본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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