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캐며〉/ 송은숙/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감자를 캐며
뙤약볕 아래 감자를 캐며
손 안 가득 둥근 구근을 뿌듯하게 느끼며
나는 흙의 두근거림을 듣는다
호미가 홁의 심장 언저리를 건드렸는지
늑골이 부서지며 까맣게 쏟아지는 개미떼들
그들도 두근두근거리며 재빨리 흩어진다
돌아보면 천지사방 두근거림
밭두둑 콩잎의 두근거림
하얗게 핀 토끼풀꽃의 두근거림
넘쳐나는 햇살의 두근거림
햇살 아래 뒹굴며 몸을 말리고 있는
주먹만한 감자들
한 알 한 알의 두근거림
둥근 감자의 울퉁불퉁함은
오래된 별들을 닮았다
대낮이라 보이지 않지만
낯익은 숨결 느껴지는
그런 별들의 두근거림
살아 있음, 두근거림
[감상]
감자가 두근거린다는 발상이 참 신선한 시입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흙은 <심장>의 표면이 되고 그 안에서는 살아 있음으로 요동치는 식물의 박동이 있는 것입니다. 소재를 보는 이 독특한 시선으로 인해 시 전체가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더불어 <두근거림>의 반복으로 인한 운율감도 이 시의 정감을 더하게 하는군요. <살아 있음, 두근거림>, 저 밖의 우리의 풍경에도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