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자를 캐며 - 송은숙

2006.10.16 15:38

윤성택 조회 수:1700 추천:225

*<감자를 캐며〉/ 송은숙/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감자를 캐며

        뙤약볕 아래 감자를 캐며
        손 안 가득 둥근 구근을 뿌듯하게 느끼며
        나는 흙의 두근거림을 듣는다
        호미가 홁의 심장 언저리를 건드렸는지
        늑골이 부서지며 까맣게 쏟아지는 개미떼들
        그들도 두근두근거리며 재빨리 흩어진다
        돌아보면 천지사방 두근거림
        밭두둑 콩잎의 두근거림
        하얗게 핀 토끼풀꽃의 두근거림
        넘쳐나는 햇살의 두근거림
        햇살 아래 뒹굴며 몸을 말리고 있는
        주먹만한 감자들
        한 알 한 알의 두근거림
        둥근 감자의 울퉁불퉁함은
        오래된 별들을 닮았다
        대낮이라 보이지 않지만
        낯익은 숨결 느껴지는
        그런 별들의 두근거림

        살아 있음, 두근거림


[감상]
감자가 두근거린다는 발상이 참 신선한 시입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흙은 <심장>의 표면이 되고 그 안에서는 살아 있음으로 요동치는 식물의 박동이 있는 것입니다. 소재를 보는 이 독특한 시선으로 인해 시 전체가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더불어 <두근거림>의 반복으로 인한 운율감도 이 시의 정감을 더하게 하는군요. <살아 있음, 두근거림>, 저 밖의 우리의 풍경에도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51 꽃피는 만덕 고물상 - 권현형 [2] 2005.10.06 1458 221
950 교통사고 - 김기택 [4] 2005.06.14 1640 221
949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1] 2005.05.06 1778 221
948 비렁뱅이 하느님 - 정우영 2004.03.16 1147 221
947 블랙박스 - 박해람 2003.12.08 1176 221
946 고가도로 아래 - 김언 2003.07.09 1079 221
945 너 아직 거기 있어? - 김충규 2002.06.15 1336 221
944 내 후생을 기억함 - 이성렬 2006.03.07 1730 220
943 섀도라이팅 - 여태천 2006.02.14 1307 220
942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2005.11.12 1982 220
941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 문세정 2005.10.18 1505 220
940 풍림모텔 - 류외향 [1] 2005.08.08 1408 220
939 포레스트검프 - 문석암 [3] 2005.01.27 1331 220
938 그것이 사실일까 - 류수안 2004.10.13 1298 220
937 달의 눈물 - 함민복 [1] 2004.08.24 2187 220
936 후박나무가 있는 저녁 - 이영식 2003.07.29 1130 220
935 낡은 침대 - 박해람 [2] 2006.07.22 1918 219
934 내리막길의 푸른 습기 - 이승원 2006.05.12 1562 219
933 벽 - 유문호 [1] 2006.04.25 1786 219
932 천막 - 김수우 2005.09.24 1404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