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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2001.09.25 10:54

윤성택 조회 수:1627 추천:206

『새에 대한 반성문』/ 복효근 / 시와 시학사

        상처에 대하여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 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 향기가 난다

[감상]

"상처"에서 향기가 난다는 발상이 새롭습니다. 왜일까를 쫓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에 이르러 잠시 숨을 멈춰 봅니다. 시인은 화상이 꽃 모양을 닮았다는 발견에서 더 나아가 "향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수학공식처럼 단순 반응하는 요즘 일상 속에서, 시는 이렇게 매번 마음을 일깨워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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