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실일까」/ 류수안 / 2004년 《문학과창작》가을호
그것이 사실일까
돌의
둥근 굴레를 따라 맺힌 이슬마다에 붉은 태양이 들어 있다
태양은 언제 이슬을 깨고 나올까
이것이 나의 현재
내가 바라보는 것의 전부
농익은 포도가 저절로 터져 퍼런 과즙이 흘러내린다
땅은 큰 잔
땅 위에서는 모두가 자유롭다
이것이 나의 현재
내 입안의 포도
저녁이다
산들이 제가끔 지상으로 내려온다
불 켠 집들이 하나, 둘 그곳에 가 들인다
이제 신이 이곳으로 오리라
제가 창조한 것들을 보러
순간이 그 일을 하리라
한 말의 씨앗속에 든 이 많은 꽃들이여!
[감상]
소재를 불러내는 방식이 새롭습니다. '이것이 나의 현재'라는 전제 하에 보여지는 풍경은 강력한 직관이 작용합니다. 여전히 현재는 미래를 담보하기에, 미래형의 의미는 예언적 설득력을 얻습니다. 또 '순간이 그 일을 하리라'란 문장처럼 시간의 의미를 남다르게 보는 것도 눈 여겨 볼만합니다. 짧지만 시를 그려내는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은 힘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