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사내> / 장만호/ 《문장웹진》2006년 8월호
울고 있는 사내
격정과 결의, 사이에서
사내는 울음을 참고 있다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넘어오는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며
울음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슬픔이
밑바닥에서부터 끓기 시작한 격정이
사내의 몸 속을 휘돌아 다니다
사내의 애를 끓이고 있다
이제 곧 여자가 일어설 것이고
사내는 애가 탈 것이다
얻어맞은 팽이처럼
압력밥솥의 꼭지처럼
부르르 떨 것이다
그때까지는 저렇게 뜸을 들이고 있을 거다
울음이,
익혀둔 울음이
희디 흰 쌀밥처럼 부풀어 오를 때까지
[감상]
슬픔이 끝내 절제되지 못할 때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 시는 사내의 내면에 차오르는 감정의 수위를 가장 극적인 지점에서 포착해냅니다. 그래서 여자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내의 슬픔이 전원이 되어 <압력밥솥> 같은 몸의 반응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지요. <애를 끓이고 있다>에서 자연스럽게 진전되는 <익혀둔 울음>의 발상과 감성이 잔잔하게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