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죽도록 - 이영광

2011.01.26 10:00

윤성택 조회 수:1216 추천:111


《아픈 천국》/  이영광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 《창비시인선》318

          죽도록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감상]
우리나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그 만큼 ‘학벌’이라는 평가 기준이 사회의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적성이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아닌, 기형적인 입시위주 교육이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는 아포리즘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죽도록’이라는 수식이 과연 아이들에게 적정한가라는 물음이 이 시에 깔려 있습니다. 학원으로 과외로 이리저리 실려 다니는 학생들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건,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가 시시때때로 우리를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71 겨울 모스크바 편지 - 김성대 [1] 2011.02.11 1786 128
1170 한순간 - 배영옥 [1] 2011.02.08 1470 123
1169 잠 속의 잠 - 정선 [1] 2011.02.07 1256 119
1168 구름 편력 - 천서봉 [1] 2011.02.01 1136 128
1167 부리와 뿌리 - 김명철 [1] 2011.01.31 1003 109
1166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0 108
1165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 류근 2011.01.28 1255 114
1164 불우를 씻다 - 유정이 2011.01.27 894 112
» 죽도록 - 이영광 [1] 2011.01.26 1216 111
1162 녹색 감정 식물 - 이제니 2011.01.24 1064 123
1161 눈을 감으면 - 김점용 [1] 2011.01.22 2490 113
1160 밤의 편의점 - 권지숙 2011.01.20 1076 99
1159 무가지 - 문정영 2011.01.18 923 103
1158 따뜻한 마음 - 김행숙 2011.01.17 1622 95
1157 빙점 - 하린 2011.01.15 939 81
1156 내 그림자 - 김형미 2011.01.14 1012 84
1155 그믐 - 김왕노 2011.01.13 780 75
1154 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2011.01.12 1085 78
1153 바다의 등 - 차주일 2011.01.11 803 67
1152 와이셔츠 - 손순미 2011.01.10 748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