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한순간 - 배영옥

2011.02.08 13:28

윤성택 조회 수:1472 추천:123


《뭇별이 총총》/  배영옥 (199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 《실천시선》189

          한순간

        한순간 제 몸을 수축시켜 색이 짙어지는 것
        
        어느 순간 색이 진해진 것들은
        나머지 생을, 전심전력,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까지 꽃은
        남은 향기를 꽃잎에 모아보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불타오르는 꽃의 둘레를 그린다

        색이 진해지면서 형태를 벗어나려는 순간,
        반짝
        화색이 도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지탱하기 힘든
        바로 그 순간,

        막바지 내리막으로 내려서기 전
        짧고 짧은
        반작용의 한순간,


[감상]

꽃은 단지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활짝 피는 그 한순간을 향해 시간을 집중해왔다는 표현에서 숙연해집니다. 시들어 사라져가는 것이 꽃의 운명이라면, 시들기 직전의 활짝 핀 순간은 그야말로 경이와 고통이 공존하는 점이지대입니다. 이 시는 그 순간을 간결한 쉼표와 더불어 영원의 순간으로 확장시켜 놓습니다. 하물며 꽃의 한순간도 이러할진대, 우리네 삶이나 일생이 어느 먼 시점의 단지 ‘한순간’이라면, 그렇게 가정한다면 이 시는, 우리의 ‘영혼’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안간힘으로 이 한순간의 일생을 희로애락의 색으로 비추고 있는 것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71 첫 키스 - 함기석 [3] 2008.04.08 2527 192
1170 낙엽 - 이성목 [2] 2005.11.10 2520 228
1169 눈을 감으면 - 김점용 [1] 2011.01.22 2491 113
1168 나는 기억하고 있다 - 최승자 2010.02.18 2484 192
1167 편지 - 이성복 2001.08.09 2480 271
1166 세월의 변명 - 조숙향 [1] 2001.04.09 2476 273
1165 사랑 - 김요일 2011.04.04 2460 158
1164 2006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1] 2006.01.02 2454 270
1163 꽃들에게 묻는다 - 채풍묵 [1] 2008.04.01 2436 187
1162 가을에는 - 최영미 [3] 2001.08.31 2431 235
1161 어느 가난한 섹스에 대한 기억 - 김나영 2006.07.04 2417 236
1160 가로등 - 한혜영 [1] 2006.03.27 2384 277
1159 사랑 - 고영 [5] 2005.03.08 2366 219
1158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3 313
1157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 차주일 [1] 2005.09.29 2314 254
1156 민들레 - 김상미 [4] 2005.04.26 2314 217
1155 2005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8] 2005.01.03 2299 229
1154 빈집 - 박진성 2001.12.05 2285 196
1153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2006.06.30 2283 215
1152 연애 - 안도현 2001.04.20 2279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