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현대문학》 2006년 7월호
사랑이 나가다
- 손 이야기 1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얘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이 내놓지 못한 말
마음이 다가가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해 손은 떨고 있다
예감보다 더 빨랐던 손이
사랑을 잃고 떨리고 있다
사랑은 손으로 왔다
손으로 손을 찾았던 사람
손으로 손을 기다렸던 사람
손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사랑은 눈이 아니다
가슴이 아니다
사랑은 손이다
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손을 놓치면
오늘을 붙잡지 못한다
나를 붙잡지 못한다
[감상]
때론 논리보다 앞서 <손>이 가기도 합니다. <손>은 우리 몸 중 가장 민감한 감각 수단이어서 의식하는 순간 동시에 반응하곤 합니다. 이 시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손>의 입장에서 풀어냄으로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냅니다. 30여 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는 손이, 대뇌신경 3분의 1을 차지하는 손이, 이별의 마지막 감촉과 끝내 잡지 못한 아쉬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 최전방에서 오로지 실천이 전부인 손은 그래서 <사랑>의 절박함과 같이 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그 자체가 시인, <떨리는 손>처럼 감성으로 안내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