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김영산/ 《시와사람》2005년 가을호
파도
나 그 사람 얼굴을 잊었거니
섬에서 돌 하나
파도에 묻고 돌아왔네
세월 흘러 서해
바닷가에 구르는 돌
잊혀진 얼굴 새겨져 있네
어느 순간 파도는 치고
돌 속에 물결 무늬 남겼으리
얼굴 반질반질한 곳곳
거칠게 움푹 팬 자국
돌 속의 굽이치는 물길
파도는 파도를 넘어와 다시 치네
잊혀진 얼굴이여
바다에 어린 눈동자여
오 파도여 꽃이여
[감상]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잊기 위해 바다에 갔던 것은 아닐까, 문득 여행에서의 <바다>를 되돌아봅니다. 이 시는 바닷가의 <돌>과 <그 사람 얼굴>을 매치시키며 추억과 아련함을 반추하게 합니다. 세월이 그러하듯 기억 속 얼굴 또한, 모난 것들이 둥글어져 아득한 모래로 스러져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닷가 둥근 돌들은 죄다 누군가의 잊혀진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점층적으로 고조되다가 터져 나오는 결미가 파도처럼 넘어와 포말로 부서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