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흐린 하늘 - 나금숙

2005.10.27 15:35

윤성택 조회 수:2208 추천:243

〈흐린 하늘〉/ 나금숙/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흐린 하늘

        흐린 하늘은
        많은 씨방을 가졌다
        물알갱이로 된 씨방들은
        가끔 제 부피를 견디지 못한다
        기류가 일렁일 때
        얇아질대로 얇아진 껍질이
        터지곤 한다
        산화하는 물방울들
        물의 씨앗들
        텀벙
        물상 안으로 튀며 뛰어든다
        사물들은 가슴께가 간지럽다
        윤곽들 흐려지며
        경계가 무너진다
        흐린 하늘이 스며
        사물들 모두 물의 씨앗을 갖는다


[감상]
'물의 씨앗'이라는 강렬한 상징이 이 시의 착상입니다. 이런 비유로 인해 상상력의 폭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비 오는 날 구름의 형상과 작용이 '씨방'이 되고, '빗방울'은 씨앗의 형세로 끝없이 변주됩니다. '씨방'과 '씨앗'의 순환을 통해, 자연에 대한 생명 인식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5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1150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6 108
1149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1148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 신해욱 2010.01.12 1282 109
1147 자동카메라 - 김지향 2010.02.03 1437 109
1146 부리와 뿌리 - 김명철 [1] 2011.01.31 1004 109
1145 역류 - 정재학 2008.07.18 1288 110
1144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1143 촛불 - 류인서 2009.03.23 1464 110
1142 폭주족의 고백 - 장승진 [1] 2009.02.12 992 111
1141 죽도록 - 이영광 [1] 2011.01.26 1219 111
1140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
1139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
1138 연리지 - 박소원 [1] 2011.01.07 939 112
1137 불우를 씻다 - 유정이 2011.01.27 896 112
1136 로컬 버스 - 김소연 2010.01.19 952 113
1135 눈을 감으면 - 김점용 [1] 2011.01.22 2491 113
1134 도망자 - 이현승 2007.10.17 1101 114
1133 기록들 - 윤영림 2009.02.16 1061 114
1132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 류근 2011.01.28 1259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