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하다> / 김후란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문학청춘》2009년 겨울호
오늘은 행복하다
별들이 뜬 강물이다
황홀한 노랫소리 함께 흐른다
너의 손을 잡고
밤이 깊어도 세월이 가도
바다에 합쳐지는 먼 그날을 향해
끝없이 별을 주우며 흘러간다
별과 노닐며
이 세상 어느 기슭에나
눈물 젖은 사랑의 말 꽃 피우는
열정의 언어
속 깊은 정 넘치는 그 눈빛에
가슴이 벅차올라 부서지면서
오늘은 행복하다 이 강물에
함께 취해 흐르는
꿈길이다.
[감상]
현대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질서 속에 편입된다는 거겠지요. 문명은 물질의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가야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매일 출근해야 하고 매일 학교와 학원에 가야합니다. 이러한 암울한 일상을 이 시는 가만가만 ‘행복’으로 이끕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 열정을 시적 에너지로 감싸준다고 할까요. 시의 본연의 기능 중에 하나가 영혼의 고양(高揚)이지 싶은데, 이 시는 이렇듯 그 벅참으로 충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