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미용실》/ 윤석정 (2005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 《민음의시》 159
단단해지는 법
물고기의 뼈는 가시라는 것
구운 생선을 발라 먹는데
가시 하나가 목에 걸려 꺼끌꺼끌할 때
문득 알게 된 것
그리운 것들도 가시라는 것
자꾸 마음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빼내려 하면 할수록 더 아픈 것
마음의 뼈는 그리운 것
물고기처럼 마음도 뼈를 가지고
너에게 헤엄쳐 갔다 올 때
네가 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배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을 때
잊어야 한다는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흐르는 눈물의 뼈도 가시라는 것
가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은 물렁하다는 것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삼키려 할 때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감상]
‘가시’의 의미에서 뻗어가는 감성이 활달하게 이어집니다.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한 행 한 행 그리움, 마음, 눈물 등으로 매끈하게 흘러갑니다. 훑고 지나가는 문장들은 풋풋한 연애의 경구들로 매혹적이면서, '~다는 것' 반복의 의미 전달과 이완 또한 감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