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음」/ 고영민 / 『시와시학』 2002년 겨울호
즐거운 소음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감상]
새삼 '발견'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 건물 벽과 못에 관한 사유는 이렇듯 우리네 세상살이를 넌지시 일러주는, 그래서 울림이 전해지게끔 합니다. 지하철 좌석 작은 빈 틈에 엉덩이를 밀어 넣으며 앉는 아주머니를 위해 그 칸 전체의 사람이 한번쯤 들썩이며 자리를 내줬다는 사실, 그 줄에 앉아 좁혀주었던 나는 왜 편하게 웃지를 못했을까,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