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여자와의 사랑1」 / 김왕노 / 『시와정신』2002년 겨울호
물고기 여자와의 사랑1
나 그 여자 몸속에 들어가
그 여자를 사랑하였다
그 여자의 생을
가시로 콱콱 찌르며 사랑하였다
사랑은 마취제여서
그 여자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내가 그 여자의 전생을 관통하고 있는지
나도 몰랐다
나 그 여자 속의 가시였다
유선형 몸을 지탱시켜주던 가시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 훗날 독이란 걸 모르고
나 그 여자 몸 속의 가시였다
내가 살을 녹이고
살은 가시를 버리고
냉정하게 되돌아섬을 모르고
모순의 장난을 눈치도 못 채고
생의 한철 내내
나 그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
그 여자를 사랑하였다
그 여자의 생을 콱콱 찌르면서 보냈다
[감상]
물고기의 생애에서 '가시'는 존재를 규명하는 뼈입니다. 설령 물고기가 죽어 살집이 다 떨어져 나가도 한동안 뼈로 살을 추억할 것입니다. 이 시가 절묘한 틀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물고기와 가시라는 이 두 제재를 '사랑'으로 묶어내는 성찰에 있습니다. 사랑은 이처럼 따로 떼어놓으면 상처인 것을, 온전히 한몸으로 세월을 유영해야만 하는 운명적인 관계로 모색해 놓습니다. 몸을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물고기와 가시는 일탈하지 않도록 서로를 더 깊이 박힙니다. 그러니 사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입니까? 세상의 속된 잣대가 바로 물고기를 '가시'와 '살'로 나눠, 나로 하여금 가시가 되게끔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