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기억합금/ 이혜진/ 『시와 사상』(2002년 여름호)
형상기억합금
들어는 봤니? 형상기억합금이란 것 어젯밤 최부장과 잠자리하는데
내 그것을 쓰다듬으면서, 미스 리 시집갈 때까지 이것 형상기억합금
처럼 돌려놔야 할 텐데 그러면서 킬킬 웃는 거야 내가 여상 나오면서
배운 거라곤 스벌, 몸으로 하는 그짓밖에 없는데 그딴 걸 어떻게 알
아듣니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어떤 거시기가 망가지거나 짓
뜯겨도 팔팔 열오르는 물 이딴 걸로 뜨겁게, 아주 뜨겁게 데워주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거래 좆같은 새끼 그 잘난 S대 나온 자식이
처녀막 수술이란 것도 모르는지 내가 그거 뗀 지가 언젠데, 그래 나
를 숫빵으로 알더라니까 여하튼 두둑히 받아가지고 집에 오는데 제
기럴, 동생년이 또 집앞에서 울고 있는 거야 가진 것도 없이 늙어빠
진 것들이 일이나 할 것이지 얘는 또 왜 낳아 가지고 또 고생만 시키
냔 말야 망할 여편네 오늘도 그 쪼매난 애새끼한테 한 끼도 안 차려
줬는지 나 보자마자 배고프다고 매달리더라 만원짜리 한 장 쥐어서
식당에 보냈지 망할 집구석에 들어가니까 또 웁싸리 맞았는지 온몸
이 퍼렇게 멍들어서 뻗어 있더라 이번엔 아예 뼈마디가 끊어졌는지
꿈틀꿈틀거리는데 제기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니 그 형상 뭐라던가
그걸로 인공관절도 만들 수 있다던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밤일이
나 나가야 될 것 같아 착한 년이라고? 말 마라 그 개자식한테 저렇게
터지는 거 다 나 때문인데 뭐 나랑 죽은 그 새끼랑 꼭 빼닮아서 그렇
게 괴롭히는 거라니까 그 새끼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은
안 나오나 스벌 내일은 연구부장이나 만나야것다 그것 좀 연구하라
고 꼬드겨 보게 청승 그만 떨고 화장이나 지우라고? 망할 년, 알았다
알았어 그래 그만 끊어
[감상]
이 시를 읽고 보니 전화를 통해 주고받는 말들이, 그 회선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실어 나르고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시는 화자의 전화통화를 통해, 독자를 일순간 대화의 상대로 채택해버립니다. 그래서 화자가 일방적으로 내뱉는 상처가 고스란히 그녀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떠맡기게 되는 묘한 흡입을 보여줍니다. 형상기억합금, 이 긴 서사를 통해 어쩌면 화자는 모든 기억을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고 싶은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