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최금진/ 『문학과창작』 2002년 7월호
월식
1. 어머니
아버지는 나를 업고 신작로에 서 있었다. 커다란 달이 아버
지 머리통을 삼키고 있었다. 짚가마니 썩은 냄새가 났다. 미
루나무 아래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아버지 검은 뒤통수에
대고 나는 물었다. 저기, 죽은 여자는 언제 부활할까요. 아버
지가 고개를 홱 돌리셨다. 아버지는 구멍 숭숭 뚫린 메주통,
곰팡이 포자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까치집에서 달이 돋았다. 받아라 네 어미다, 아버지
는 지푸라기로 여자를 엮어 내 목에 걸어주셨다.
2. 첫사랑
나는 팔을 뻗어 달을 집어 삼켰다. 목구멍이 찢어졌고 순식
간에 나는 깜깜해졌다. 나는 돌멩이를 움켜쥐고 그녀 뒤로
다가섰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어, 다시는 수음을 하지 않
겠어, 나는 떨며 돌멩이를 움켜잡고 그녀의 뒤통수를 바라보
았다. 달이 내 속에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반짝, 꽃들이 보
석처럼 빛이 났다. 그녀가 웃었다. 내 몸 속의 뼈들이 투명한
생선가시처럼 다 보였다. 나는 들고있던 돌멩이를 들어 내
성기를 마구 찍기 시작했다. 내 몸에선 석유 냄새가 났다. 나
는 흐느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검게, 검게, 꽃물 드는 밤이
었습니다, 아버지.
[감상]
가끔 아침에 일어나 꿈을 기억해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기괴하고 이상한 꿈이 나의 일상의 소소한 부분과 잇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되돌려보는 비디오 테입처럼 중간중간 끊기거나 뒤섞인 기억들. 그것이 욕망이라는 잠재의식과 뒤섞여 꿈의 장르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性"에 관한 나름대로의 접근이 인상적입니다. 낯익지만 낯설은, 그런 풍경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