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 창작과비평사
목포항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 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감상]
배를 탈 때 항상 뒤쪽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을 봅니다. 포말을 일으키며 잔잔한 수평선을 덮고 또 덮는 그 물살들. 왜 내 상념은 과거에게로만 열려 있는지, 이 시는 그 속내를 알려주는 것만 같습니다. 마지막을 돌이켜보건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상처야말로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보냈던 막배는 어느 시간에 정박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