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음보/ 황인숙/ 2002 『문학과 사회』 봄호
삶의 음보
노래방에서 누군가 아주 느린 곡조의 가요를 노래하면
따라 듣기에만도 나는 숨이 막히고
진땀이 난다
내게는 그가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불러낸다고 느껴진다
저 힘!
가창력이라기보다 저 정신력!
말하자면, 저력!
다시 말하자면 가창력!
장식음과 바이브레이션으로
꽉 차고 구성진!
나는 간신히 음표에 올라앉았다
음과 음 사이의 거리가
내게는 항시 아득하여
나는 총총히 노래했다
내 노래는 언제나 단조로웠다.
[감상]
이런 경험들 있으실 듯 싶네요.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끝까지 쥐고 있는 저력의 친구. 연달아 3곡은 거뜬히 미리 눌러 놓는 기민한 친구. 아니, 그게 나였나? (웃음) 아무튼 이 시는 이런 감정을 시로 풀어냅니다. 이 시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마지막 행에 있는데요. 때로 성찰은 독자에게 진지하게 되묻는 물음이 되더군요. 삶의 음보. 제목에서부터 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