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리 바람소리』/ 이향지 / 세계사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
이 작은 꽃을 보기 위해서도, 나는 앉는다.
바삐 걷거나, 키대로 서서 보면 잘 안 보이는 이 풀꽃들을 더듬어가는 동
안에도, 나는 몇 번인가 끼니를 맞고, 밥상을 차리고, 주걱을 든다.
나는, 이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을 밥처럼 퍼담을 수가 없다.
이 꽃들의 연약한 실뿌리들은, 대대로 쌓여 결삭은 솔잎을 거름으로, 질
기게도 땅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갈매빛 솔잎들이 걸러주는 반 그늘 속에서, 꽃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이
꽃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을 낳는다. 보라. 통설이 전설을 낳는다. 보라.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 같은 마디풀과의 꽃들이 낮은 땅에서 창
궐하는 동안에도, 며느리밥풀꽃들은 작은 군락을 이루어 산등성이를 기
어오른다. 보라.
이 긍지만 높은 작은 꽃의 밀실(蜜室)에 닿기 위하여, 벌은 제 무게로 허
공을 파며, 더 자주 날개를 움직여야 한다.
보여도 보이지 않게, 스스로 크기와 색깔을 줄여온, 며느리밥풀꽃의 시
간들이, 내 이마에 스치운다.
보라,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
[감상]
작은 꽃을 보기 위해 허리를 굽혀 본 적이 있는지요? 오늘은 그 작은 꽃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도란거리는 수다에 옳거니! 맞장구를 쳐주고 싶은 날입니다. 이 시는 며느리밥풀꽃을 통해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꽃들이 산등성이를 기어오른다는 부분이나, 벌이 제 무게로 허공을 파는 부분이 잔잔한 울림을 주네요. 요 며칠 보도블록을 들어올리며 피어나는 풀들에게서 무언가 받아 적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