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병』/ 함성호/ 문학과지성사
벚꽃 핀 술잔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 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부ㄴ지 내가 작부ㄴ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아무 아픔도 없이 우리 그냥 위만 버렸으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감상]
봄이잖아. 개새끼. 발음처럼 꽃들은 피고. 화투패처럼 흩어진 마음, 짝을 맞추기에 급급했던 게 너 아니었어? 급한 거야 아니면 능청을 떠는 거야? 네가 나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아. 내게로 배달된 거추장스런 것들. 하나씩 걸쳐 입고 나는 야, 조뚜 폼을 잡았다 그래. 이제 어디로 갈 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 조뚜 심장에서 너를 꺼낼 수가 없어. 왜 들어왔어, 정말 미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