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몽/ 함태숙/ 현대시 5월호 신인당선작 中
현몽
예시를 받은 수피처럼
모래 바람을 뚫고 나는
천막으로 지은 예배당에, 너에, 이르렀다
율법을 강론하다
너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우주의 감격은 그런 데 있는 것
돌조각을 주워다 신께 경배하고
낯선 이방인 속에서 제 운명을 찾아내는 것
떠나려는 내게
너는 청혼하였다.
그때 나의 남성은 모두 여성으로 부활하여
한 무리의 승려들이 꽃을 던졌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너는 꿈 바깥으로 나를 찾아왔다.
강의실 창 밖
은행나무 노란빛을 따라 왔다 한다.
[감상]
이 시는 꿈과 현실을 잇대어 놓습니다. 현몽이라는 것, 어쩌면 잠재의식 너머 스스로의 정의가 아니었던가요. 당신과 알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연이 만들어낸 가장 희망적인 수사일 뿐. 그러고 보니 나는 꿈 밖의 당신을 왜 자꾸 꿈 안으로 데려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