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해바라기 - 신현정

2009.11.13 18:01

윤성택 조회 수:998 추천:118

  <해바라기> / 신현정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현대문학》 2009년 10월호

          해바라기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고 벗고 하는 건방진 모자일망정
        머리 위로 정중히 들어올려서는
        딱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간단히 목례를 해보이고는
        내딴에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원반 던지는 포즈를 취해보는 것이다
        그럴까
        해를 먹어 버릴까
        해를 먹고 불새를 활활 토해낼까
        그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늘도 해 돌아서 왔다.
        
        
        
[감상]
지난달 10월 16일, 신현정 시인께서 별세했습니다. 생전에 여러 차례 뵌 적이 있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암으로 '위중한 상황에서도 시만 쓰고 시를 생각하고, 죽기 10일 전에도 시 잡지들을 들춰보며 작품 이야기를 하고, 자기가 좋아했던 시에는 스티커도 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현대문학 10월호에 위의 신현정 시인 육필 시가 실려 있습니다. 아마 시인 생전에 공개된 마지막 필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해바라기’와 ‘나’를 그러모아 하나의 이미지로 융화시키는 형상화가 아름답지요.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휴머니즘적 서정시’라는 평단의 평가다운 시입니다. 세상 해바라기가 활짝 필 무렵, 시인의 ‘원반 던지는 포즈’가 어딘가에서 깃들어 있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1 싹 - 김지혜 2005.12.27 2666 266
1110 기린 - 구광본 2001.05.14 1364 266
1109 부서진 활주로 - 이하석 2001.05.12 1284 266
1108 저수지 - 김충규 [1] 2001.05.10 1370 266
1107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698 265
1106 풀잎 다방 미스 조 - 정일근 2001.06.27 1414 265
1105 몽대항 폐선 - 김영남 2006.06.08 1380 264
1104 날아라 풍선 - 마경덕 2005.07.30 2169 264
1103 퍼즐 - 홍연옥 [1] 2004.03.02 1733 264
1102 방생 - 이갑수 2001.06.05 1213 264
1101 무인 통신 - 김행숙 2001.08.08 1425 262
1100 만월 - 정지완 2001.05.26 1316 262
1099 가물거리는 그 흰빛 - 이근일 2006.06.05 1653 261
1098 편지에게 쓴다 - 최승철 2001.05.22 1611 261
1097 버려진 식탁 - 이윤학 2001.05.11 1355 261
1096 후문 - 김병호 2006.06.01 1558 259
1095 가을날 - 이응준 2002.09.26 3600 259
1094 사랑니 - 고두현 [1] 2001.07.11 1841 258
1093 그 날 - 이성복 2001.05.30 1622 257
1092 섬 - 조영민 [6] 2001.08.07 2047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