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 199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겨울 저녁 도둑고양이처럼
고향바다를 훔쳐보고 온 일 있다
눈길 따라 낙타를 타고 타박타박
푸른 사막을 지나간 일이 있다
누가 아직 떠나지 못하고
파도를 끌어안고 사는지
그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바닷가 노래방
바닷가 야식집
바닷가 약국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옛 친구들은
소금바람에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렇게 사막처럼 버려져 있었다
선술집 유리를 통해
밤새 뒤척이는
고향바다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집어등 불빛 때문인가 어둠 속에서 파도가
눈물자국처럼 번득인 것 같기도 한데
새벽 고속버스 의자에 올라앉아 생각하니
고향도 바다도 방금 스쳐 지나온
간이 정거장처럼만 여겨진 일 있다
[감상]
솔직한 속내와 그리고 잔잔하게 드러나는 바다의 정경들이 좋네요. 명절 때 시골의 "보령당구장"에 가면 어김없이 토박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시청 지적과에, 누구는 간판집 주인이 되어, 누구는 컴퓨터 대리점 주인이 되어 인생이 그러하듯 당구공을 굴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서울로 도회지로 떠나고 이젠 청춘이 빠져나간 거리. 어쩌면 그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