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사랑』 / 최갑수 / 문학동네
나무를 생각함
― 손택수 형에게
나무는 제가 가야할 길을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둥글게 첫 나이테를 말기 시작할 때부터
나무는 언제나
다가올 제 운명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나무는 제몸에 명주실을 걸어
소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어깨를 기대
집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제 살을 깎아
부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나무는
한평생 나무로만 살다가
어느 짧은 순간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나무는 알고 있었다
그 무엇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잎사귀에 고이는
나지막한 봄비의 가르침만으로도
나무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감상]
나무의 운명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네 삶에 대한 것을 느끼게 합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스쳐갈 것이고, 그 고비마다 운명이 작용될 것입니다. 이 시는 그런 직관이 돋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어느 산골짜기에서 내 관으로 쓰일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