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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생각함 - 최갑수

2002.02.26 10:11

윤성택 조회 수:1295 추천:177

『단 한 번의 사랑』 / 최갑수 / 문학동네


        
        나무를 생각함
                ― 손택수 형에게

        
        나무는 제가 가야할 길을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둥글게 첫 나이테를 말기 시작할 때부터
        나무는 언제나
        다가올 제 운명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나무는 제몸에 명주실을 걸어
        소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어깨를 기대
        집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제 살을 깎아
        부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나무는
        한평생 나무로만 살다가
        어느 짧은 순간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나무는 알고 있었다
        그 무엇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잎사귀에 고이는
        나지막한 봄비의 가르침만으로도
        나무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감상]
나무의 운명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네 삶에 대한 것을 느끼게 합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스쳐갈 것이고, 그 고비마다 운명이 작용될 것입니다. 이 시는 그런 직관이 돋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어느 산골짜기에서 내 관으로 쓰일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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