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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 김영남

2002.03.04 10:25

윤성택 조회 수:1194 추천:200

『정동진 역』 / 김영남 / 민음사



         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구불구불한 길,
        커브가 많은 삶은 슬프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고 있으면 그녀에게선
        아름다운 커브가 나온다.

      커브가 아름다운 그녀. 기둥을 자주 수리했던 여
      자, 어룽무늬 커튼이 쳐진 여자, 난간이 있는 여
      자, 일요일이면 혼자 쉬어야 하는 여자, 바이올린
      같은 현이 있는 여자, 그래서 한번 더 슬픈 커브
      를 갖는 그녀.

        그러나 그녀의 커브를 몇 굽이 돌다보면
        의외로 넓고 푸른 뜰을 만날 수 있다.
        그 뜰에서 키우는
        비둘기와 양을 만날 수 있고,
        날마다 하느님의 들녘으로 나가는
        황소 같은 어진 발걸음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뜰을 가득 채워오는 농아들 웃음이
        그녀의 어둔 공간을 밝히고
        하늘의 별로 반짝여올 때
        그녀의 커브는
        커브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벼랑을 슬기롭게 돌아나간 커브,
        그 커브가 그녀를 향기롭게 한다.



[감상]
좀 더 나아가 봄이 좋은 이유는 그녀의 허리 곡선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브란 겨울에서 돌아 나온 선의 美인 것이고, 그녀의 커브는 커브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그녀는 농아였는지, 인생 굴곡이 있는 수녀인지 쉽게 간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 전체에서 은은하게 번져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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