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김순선/ 《문학마당》2004년 여름호
프랑켄슈타인
비눗물이 빠져나가는 구멍
내 이름을 부른다, 숨을 들이마시며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며
중심으로 갈수록 점차 빨라지는 소용돌이
새끼줄로 꼬여드는 볏짚처럼 빨려든다
시선이
시선을 붙잡고 있는 머리가
머리를 붙이고 있는 몸뚱어리가
조그만 구멍을 통해 날계란을 빨아 마시듯
나를 통째로 마시곤
트림을 한다, 이제는
빛이 새어 들어오는 구멍 입구
앞서 빨려든 이들과 어깨 싸움하며
수렁에 걸려들 누군가를 숨죽여 기다린다
뼈에 바를 살을 먼저 얻기 위해,
인기척이 없을 땐
몸을 오므려 노즐(nozzle)을 통과한 다음
무지개가 일그러지는 비누방울처럼
몸을 쓱 부풀려 나가 본다
여러 사람의 살을 더덕더덕 기워 입은 몸
실로 꿰맨 자리가 근지럽다
요번엔 당신 차례다
[감상]
묘사와 비유가 놀라운 시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시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그야말로 활자로 체험하는 공상과학적 상상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