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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 마종기

2001.12.28 10:18

윤성택 조회 수:1201 추천:199

『이슬의 눈』/ 마종기/ 문학과지성사


             방문객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감상]
시를 읽을 때 대체로 울림을 주는 요소 중 하나는 "의인擬人"의 것들입니다. 사물을 표현하더라도 어느 순간 읽는이의 일상을 감동으로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이 시 1연의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의 표현이 그러합니다. 앞부분은 자연을 읊었다면, 다음 이 문장은 읽는이와의 소통의 장치로 작용합니다. 두 번째 연은 화자의 시선이 넓어지면서 탁 트인 정경을 보여줍니다. "방문객"에 대한 것보다 그 서정이 더욱 좋아보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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