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마른 아구 - 김 경

2002.01.02 11:52

윤성택 조회 수:1149 추천:213

마른 아구/ 김 경(김혜경) / 2002년 오마이 뉴스& 실천문학 신춘문예 당선작


              
             마른 아구



        얼마나 기다렸는지
        물기가 달아나고 없다
        앙상한 눈빛, 기억을 털고
        처마 밑에 매달려 있다
        비오는 날 마루에 앉아
        민화투를 치는
        저 老妓, 참 오래도 매달렸다.


        * 老妓(노기) : 늙은 기생



[감상]
좋은 시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새롭게 합니다. 이 짧은 시가 오늘 기분을 좋게 하는군요.  이 시 "마른 아구"는 한 여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본디 아구란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못생겨서 예전에는 쓸모 없게 여겼던 생선입니다. 그 "마른 아구"가 이 시에는 "老妓(노기)"로 다시 승화되어 드러납니다. 청춘의 시절 자신을 떠났을 사내에 대한 기다림이었을까. 그래서 매달린다는 느낌이 자꾸 "삶"에서 발음이 되는 것일까. 그녀가 툭툭, 치는 민화투 소리는 어쩌면 마루 밖 빗소리를 닮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만으로도 이 시는 한 여인의 삶을 액자에 담아 놓습니다. 주제가 모호한 채, 현란하기만한 비유의 쌍권총을 쏘아대는 신춘문예형 시들 사이, 이런 좋은 응축의 시가 인정받는다는 것이 새삼 기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71 합체 - 안현미 2010.01.06 1029 146
170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328 146
169 물의 베개 - 박성우 [1] 2007.04.25 1307 146
168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095 146
167 공중의 시간 - 유희경 2008.12.16 1526 145
166 녹색에 대한 집착 - 정겸 2007.06.08 1355 145
165 검은 편지지 - 김경인 2007.07.24 1159 144
164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2] 2008.06.17 1897 143
163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김이듬 2007.01.19 1146 143
162 검은 젖 - 이영광 2008.02.12 1221 141
161 바람막이 - 신정민 [2] 2007.06.13 1303 141
160 사하라의 연인 - 김추인 2011.02.16 1222 140
159 벽 - 심인숙 2011.04.14 2146 139
158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157 2008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5] 2008.01.09 1917 139
156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784 139
155 2010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0.01.05 1349 138
154 가을비 - 신용목 [1] 2007.08.11 1959 138
153 어도 여자 - 김윤배 2007.06.07 1083 138
152 하늘 위에 떠 있는 DJ에게 - 이영주 2011.03.03 1352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