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대흠 / 창작과비평사
나 아직 이십대
꽃처럼 무너지던 시절 있었네
나 아직 이십대 늙은 사내처럼
추억을 말하네……
내 가슴 한켠에 자갈 하나 던져두고
사라져간 물결 있었네
그 물결 속으로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꺾으며 나는
제발 내게 기적이 없기를 빌었네
삶이 전쟁이므로 사랑도 전쟁이었고
나의 샤먼 그대는 나를 적시지 않았네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적개심
나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자폭하고 싶었지 나 아직 이십대
그대 내 전부의 세상
그대는 바뀌지 않았네 나 참을 수 없어
몸을 떨었네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지난날에 발 담그고 나는
구시렁거리네 철든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노여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노여움으로
건너오는 건 아닌지
나 아직 이십대 개떡 같은 사랑,
이야기하네 왜 나, 나의 사랑을
과거의 일로 돌리려 애쓰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였으므로
나는 외로웠네
모든 바람은 새로웠지만
낯익은 것들이었네 폭풍이 몰아쳐
그대 조금 흔들렸지만
내 몹쓸 사랑, 꽃처럼
무너지던 시절 있었네
[감상]
스무 살. 발음하기만 해도 마음 한 구석 알싸한. 그 스무 살. 누구나 다 지나는 중이고, 누구나 다 지나쳐버린 그 뜨거웠던 정류장. 만국기가 펄럭이는 사랑을 주유받던, 휘발류 통 매달고 폭주했던 그 더웠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