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나 아직 이십대 - 이대흠

2002.01.16 10:53

윤성택 조회 수:1254 추천:209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대흠 / 창작과비평사





          나 아직 이십대  



        꽃처럼 무너지던 시절 있었네
        나 아직 이십대 늙은 사내처럼
        추억을 말하네……
        내 가슴 한켠에 자갈 하나 던져두고
        사라져간 물결 있었네
        그 물결 속으로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꺾으며 나는
        제발 내게 기적이 없기를 빌었네
        삶이 전쟁이므로 사랑도 전쟁이었고
        나의 샤먼 그대는 나를 적시지 않았네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적개심
        나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자폭하고 싶었지 나 아직 이십대
        그대 내 전부의 세상
        그대는 바뀌지 않았네 나 참을 수 없어
        몸을 떨었네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지난날에 발 담그고 나는
        구시렁거리네 철든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노여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노여움으로
        건너오는 건 아닌지
        나 아직 이십대 개떡 같은 사랑,
        이야기하네 왜 나, 나의 사랑을
        과거의 일로 돌리려 애쓰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였으므로
        나는 외로웠네
        모든 바람은 새로웠지만
        낯익은 것들이었네 폭풍이 몰아쳐
        그대 조금 흔들렸지만
        내 몹쓸 사랑, 꽃처럼
        무너지던 시절 있었네



[감상]
스무 살. 발음하기만 해도 마음 한 구석 알싸한. 그 스무 살. 누구나 다 지나는 중이고, 누구나 다 지나쳐버린 그 뜨거웠던 정류장. 만국기가 펄럭이는 사랑을 주유받던, 휘발류 통 매달고 폭주했던 그 더웠던 날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71 합체 - 안현미 2010.01.06 1029 146
170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328 146
169 물의 베개 - 박성우 [1] 2007.04.25 1307 146
168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095 146
167 공중의 시간 - 유희경 2008.12.16 1526 145
166 녹색에 대한 집착 - 정겸 2007.06.08 1355 145
165 검은 편지지 - 김경인 2007.07.24 1159 144
164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2] 2008.06.17 1897 143
163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김이듬 2007.01.19 1146 143
162 검은 젖 - 이영광 2008.02.12 1221 141
161 바람막이 - 신정민 [2] 2007.06.13 1303 141
160 사하라의 연인 - 김추인 2011.02.16 1222 140
159 벽 - 심인숙 2011.04.14 2146 139
158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157 2008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5] 2008.01.09 1917 139
156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784 139
155 2010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0.01.05 1349 138
154 가을비 - 신용목 [1] 2007.08.11 1959 138
153 어도 여자 - 김윤배 2007.06.07 1083 138
152 하늘 위에 떠 있는 DJ에게 - 이영주 2011.03.03 1352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