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 창작과비평사
여울목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물은 슬쩍 제 몸을 휘네
튕겨오르는 물방울,
돌의 이마 붉어지네 물 주름지네
주름 위에 주름이 겹치면서
아하, 저 물소리
내 몸에서 나던 바로 그 소리
나 그대에게 기울어가는 것은
뼛속까지 몽땅 휘어지는 일이었네
[감상]
물에 뼈가 있답니다. 이 말을 다섯 살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면 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상식에 익숙한 우리는 이 말에 대해 피식 웃고 말겠지요.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상식을 뒤엎으며, 물에 뼈가 있고 또 물은 내 몸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뭐 읽는 사람 마음대로 이겠지만, 저는 마지막 연이 참 고혹적으로 읽히는군요. 모쪼록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