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마음 찾기』/ 김유선 / 시와시학
어느 골목을 찾아서
골목은 넓어져 반쯤 낯설어진 그 길
거기 복덕방 명조체 페인트 글씨 대신
부동산 중개업소 아크릴로 번쩍이는데
이제 그곳에 내 기억의 골목은
몇 번지나 남아있는지요
황혼 짙어지면 나는 누구를 기다리려
키 높은 장독대 넘어 담 밖을 더듬었는지
밤마다 담은 높아지고
찾아 헤매고 돌아온 지친 발목에 엉겨붙어
씻겨지지 않던 그리움들
그 때 함께 버린 구정물 지금 어느 바다
어느 파도자락에 등 굽히는지
이제 그곳 즈음에서
나는 여전히 비쩍 마른
기억 속의 휘파람을 찾고 있어요
둘러보면 낮으막한 기와집들 땅 속으로 숨었는지
고층 아파트 숲 피해 돌고 돌아도
훗날 땅 속에서 그립게 만나질지
거기 그가 있었는지
그 말과 체온 어디로 가고
내 기억의 골목 반쯤 낯익은 것은
사라진 저 구석 옛집 마당 은행나무 노랗던
휘파람 그 기억의 노오란 소리
[감상]
누구나 기억에서 떠나온 골목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곳에 가 보았을 때, 너무나 달라진 풍경들이 그곳에서의 추억을 되묻곤 할 것입니다. 이 시는 그러한 기억의 무늬가 있는 시입니다. 은행나무가 있던 마당에서 휘파람 소리가 유난히 멋있던 그. "훗날 땅 속에서 그립게 만나질지"의 진언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도시화되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그"를 찾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곳을 떠나올 때 나는 누가 떠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