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여인숙』/ 이정록 / 민음사
나무기저귀
목수는
대패에 깎여 나오는
얇은 대팻밥을
나무기저귀라고 부른다
천 겹 만 겹
기저귀를 차고 있는,
나무는 갓난아이인 것이다
좋은 목수는
안쪽 젖은 기저귀까지 벗겨내고
나무아기의 맨살로
집을 짓는다
발가벗은 채
햇살만 입어도 좋고
연화문살에
때때옷을 입어도 좋아라
목수가
숲에 드는 것은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다
[감상]
살아가면서 우리는 상식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 상식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습관적이며 관성적인 사고를 하게 만듭니다. 대팻밥을 기저귀라 부르는 시인의 눈. 시를 읽는 즐거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상식을 벗어난 남들과 다른 시선, 그래서 시는 우리의 눈을 깨끗한 물로 씻어내주곤 하는 게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