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2001.10.31 14:09

윤성택 조회 수:1703 추천:212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김승희 / 세계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감상]
이 시에는 간절함이 묻어납니다. "죽도록 사랑해서"의 메타포를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생성되고 또 아우라를 형성시킵니다. 세상의 시작부터 죽도록 사랑한 때이기를, 당신을 만나 시작된 사랑이 무구한 세월의 첫단추이길 바라는 마음. 활자로 풀려져 전달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51 근미래(近未來)의 서울 - 이승원 2002.10.11 1063 208
150 밤 골목 - 이병률 2002.11.12 1062 158
149 쿨럭거리는 완행열차 - 송종규 2002.09.05 1062 179
148 강풍(强風)에 비 - 김영승 2002.06.25 1062 171
147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2002.01.31 1062 198
146 기록들 - 윤영림 2009.02.16 1061 114
145 126번지 - 이승원 2003.12.19 1061 174
144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 박정대 2003.06.24 1061 192
143 나는 그 나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 정채원 2002.10.30 1061 181
142 산촌 - 김규진 2002.11.08 1060 170
141 유년 - 정병근 2002.09.16 1060 189
140 활엽수림 영화관 - 문성해 2003.04.08 1059 183
139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 한혜영 2002.07.12 1058 176
138 2011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1.01.04 1056 71
137 밤이면 저승의 문이 열린다 - 김충규 2003.07.05 1056 186
136 댄스 파티 - 이정주 [1] 2004.06.16 1055 171
135 포도를 임신한 여자 - 장인수 2003.08.12 1055 180
134 때늦은 점심 - 이지현 [1] 2003.04.02 1055 158
133 거리에서 - 유문호 2002.12.31 1055 178
132 마당의 플라타너스가 이순을 맞은 이종욱에게 - 이종욱 2005.03.21 1054 186